패션 세계의 철학적 전환: 입는 철학

O.F.F. 서포터즈 기자 견수빈 | 입력 : 2025/01/08 [17:37]

나는 왜 같은 옷을 고를까?

 

옷은 단순한 의복 그 이상이다. 우리가 매일 선택하는 옷은 우리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무의식 속에 숨겨진 심리적 안정감과 철학적 사유를 나타내기도 한다. 화장품이나 옷을 구매하고 집에 돌아와 과거에 구매했던 상품과 비교해보면 색상이나 디자인적 요소가 비슷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특정 스타일이나 색상에 끌리고 반복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일까? 이것이 단순한 습관일까, 아니면 더 깊은 내면의 메시지가 담겨 있을까? 이 기사에서는 우리가 옷을 고르는 방식 뒤에 숨겨진 심리학적 이유와 철학적 의미를 탐구해보고자 한다.

 

  사진 출처: https://m.blog.naver.com/wjwj0612/222019975565

 

반복되는 스타일은 우리의 무의식이 말하는 것이다.

옷장을 열어보면 우리가 선호하는 특정 아이템들이 반복적으로 눈에 띈다. 비슷한 색상의 셔츠, 같은 실루엣의 팬츠, 늘 손이 가는 편안한 신발.

 

하지만 이는 단순히 편리함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사람들은 안정감을 느끼는 요소를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익숙한 것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삶에서 통제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흰 셔츠를 자주 입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단순함과 청결함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 할 수 있다. 반면, 화려한 패턴을 즐기는 사람은 자신만의 독창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욕구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패턴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가 입는 옷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철학적 관점은 옷이 단순히 외적 장식이 아니라 내적 자아의 표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인간이 자신의 선택을 통해 정체성을 구축한다고 말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옷을 고르는 행위는 자신을 정의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런 선택이 항상 의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옷장에서 비슷한 스타일을 계속 고르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특정한 방식으로 고정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이는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현재의 정체성에 만족하고 있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옷장을 통해 보는 삶의 흔적

 

옷장은 단순한 수납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때로는 미래를 반영하는 타임캡슐로 생각할 수 있다. 한때 즐겨 입던 옷이 지금은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거나 마음에 들지 않다면, 이는 단순한 취향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국면이 달라졌음을 의미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우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내면적으로 변화 및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는 증거다. 철학적으로도, 옷장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아를 보여주는 수단이다.

 

  사진 출처: https://m.blog.naver.com/wjwj0612/222019975565

 

헤겔(Hegel)의 변증법적 사고에 따르면,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옷장도 한때는 정체성을 상징하던 아이템이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운 옷을 선택하며, 우리는 또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옷을 선택하는 과정은 심리학과 철학의 접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우리는 익숙한 옷을 통해 안정감을 얻고, 철학적으로는 그 옷이 우리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도구가 된다.

 

예를 들어 매일 블랙 앤 화이트의 미니멀한 스타일을 고집하는 사람은 단순함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려는 철학적 신념을 실천하고 있을 수 있다. 반면, 계절에 따라 옷장을 완전히 바꾸는 사람은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심리적 욕구를 드러낸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옷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심리적 안정과 철학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다음에 옷장을 열 때는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오늘 왜 이 옷을 선택했을까?” 이 질문은 단순히 오늘의 스타일을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진 출처: 영화<Sex and the city>

 

패션은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표현하고, 나를 정의하며, 나와 대화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조금 더 명확히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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