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부모가 아이의 건강한 의생활을 만든다

백윤정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 의복과 건강 이야기
KoreaFashionNews | 입력 : 2018/09/14 [14:16]

▲ 전국 폭염주의보 날씨 예보 뉴스 화면     © KoreaFashionNews

 

불과 몇 해전만해도 폭염은 한여름에나 일정기간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올해는 6월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부터 전국적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고 있다.

 

이렇게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에 노출이 심한 의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서 의복 따위는 여름엔 이미 그 의미를 잃은 듯 보이기도 한다.

 

여름철에는 무조건 적게 얇게 입고 겨울철에는 무조건 많이 따뜻하게 입는 것이 정답일까? 건강하게 계절을 나기 위한 의복이라는 것이 가능은 할까?

 

놀랍게도 사람의 기초체력인 방위체력 중 체온조절능력은 부모가 아이에게 입힌 의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여러 연구에서 보고된 바가 있다.

 

여름철이 되면 우리 인체는 피부온과 피부혈류량을 증가시켜 쉽게 땀을 흘릴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심부온과 피부온도 상승을 조절할 수 있도록 체온조절시스템을 바꾼다. 땀을 흘리면 피부온도가 쉽게 낮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 여름철이 되면 우리 인체는 피부온과 피부혈류량을 증가시켜 쉽게 땀을 흘릴 수 있다.     © KoreaFashionNews

 

그렇다고 송글송글 무한정 흘리는 땀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고 불쾌감을 유발할 뿐이고 효율이 높은 땀으로 체온조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체에 있는 모든 땀샘이 전부 땀을 흘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땀을 흘릴 수 없는 땀샘과 있는 땀샘으로 구분되며 땀을 흘릴 수 있는 땀샘을 ‘능동한선’이라 한다.

 

발한 효율을 높이려면 먼저 이 능동한선의 개수가 많아야 한다. 애석하게도 효율적인 발한을 돕는 능동한선의 개수는 태어나서 일 년 안에 결정되는데 이 시기가 지나면 어떠한 방법으로도 개수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만 1세가 되기 전에 여름철에 혹은 일상생활에서 땀을 얼마나 많이 흘린 경험이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평생 사용할 능동한선 개수, 즉 땀의 능력이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이글을 읽는 독자들 중 누군가가 1세 이전의 아이를 양육한다면 여름철에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주는 것보다는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땀을 자주 흘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될 것이다.

 

▲ 1세 이전의 아이를 양육한다면 여름철에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주는 것보다는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땀을 자주 흘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     © KoreaFashionNews

 

또한 여름에 땀을 흘릴 기회가 많을수록 더위에 대한 능력인 내열성이 커지게 되며 더위에 잘 적응되면 주관적으로 더위를 덜 느끼게 된다고 보고된 바가 있다.

 

겨울철에는 어떠한가? 겨울철이 되면 우리 인체는 혈액을 중심부로 모으면서 인체에서 외부로 나가는 열 손실을 막고 열생산(산열)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체온조절시스템을 바꾼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여름철에는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겨울철에는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는 계절 특성을 보인다.

 

겨울철에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는 이유는 추울 때 쉽게 열을 생산할 수 있도록 체온조절시스템이 바뀌기 때문이다.

 

인체는 12세를 기점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기초대사량이 점차로 낮아지면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일정하게 안정화되는 기초대사량의 변화가 나타난다.

 

▲ 30세 성인이 12세 아동보다 추위를 더 많이 느끼고 산열도 더 적다.     © KoreaFashionNews

 

즉, 30세와 12세를 비교했을 때 30세 성인이 12세 아동보다 추위를 더 많이 느끼고 산열도 더 적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동기에는 어른보다 많은 의복을 껴입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겨울철에도 본인이 춥다고 느끼는 만큼 추울까봐 혹은 감기에 걸릴까 아이에게 패딩은 기본이고 목도리, 모자, 마스크, 장갑 및 방한부츠 등 겹겹이 입히는 사례를 많이 본다.

 

패딩이 겨울철 대표의복이 되어버린 요즘 그게 뭐 대수인가 하겠지만 아이에게 필요이상으로 옷을 과하게 입히게 되면 아이는 보온력이 높은 의복을 입었기 때문에 산열을 할 필요가 없게 되고 겨울철에 추위에 방어하기 위한 산열의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게 된다.

 

또한 두꺼운 의복으로 인해 움직임이 둔해지게 되므로 단순한 산열의 기회를 잃은 것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 옷을 많이 입는 아동은 기초대사량 수준이 평균보다 낮게 유지된다고 보고된 바가 있다.     © KoreaFashionNews

 

실제로 일본에서 각각 진행되었던 연구에서 겨울철에 옷을 적게 입은 초등학교 아동은 옷을 많이 입은 초등학교 아동보다 신체 운동능력이 우수하고 학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가 있고 한국에서도 착의량과 운동능력 및 옥외놀이시간에 관한 유사한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또한 옷을 많이 입는 습관이 있는 아동은 성장하면서 겨울철에 산열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기초대사량 수준이 평균보다 낮게 유지된다고 보고된 바가 있다.

 

추위에 자주 노출되거나 서늘하게 의복을 착용하는 훈련을 하게 되면 추운 환경에 대한 능력인 내한성이 증가하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따라서 겨울철에 부모는 아이의 체력수준을 고려하여 적정량의 의복을 입히는 것이 중요하겠다.

 

아이에게 비싸고 보온력이 과도하게 우수한 의복보다는 아이의 활동성을 저해하지 않는 적절한 보온력을 지니고 있는 의복을 현명하게 입히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될 것이다.

 

요즘과 같이 어디를 가든지 냉난방이 잘 발달되어 있고 외부활동보다는 학업활동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대한민국 아이들의 현실을 고려해볼 때 현명한 부모라면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여름에 덥더라도 조금 더 입히고 겨울에 춥더라도 조금 덜 입히는 의생활 활동(착의훈련)을 아이에게 해봄으로써 인위적이지 않은 순리적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방위체력을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백윤정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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