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련다.
반항하는 레더 재킷 한 우물만 팠다. 디아프바인 김승래 대표
KoreaFashionNews
| 입력 : 2014/03/10 [16:58]
“최근 디자이너들의 트렌드에는 깊이가 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발 담구는 모습이 때로는 답답하다.”
디아프바인의 샵에 들어서자 물씬 풍기는 가죽 냄새, 앤티크한 분위기와 천창의 높이는 취재진을 압도했다. 개성 강한 인테리어와 일관된 분위기는 디아프바인 오너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한눈에 느끼게 했다. 대표실에 들어서자 캔 커피를 건네며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했다. 압구정 로데오 길에 위치한 디아프바인은 2002년 일본브랜드 중심의 셀렉트샵으로 시작해 현재는 밀리터리, 워크웨어, 바이커스 등 가죽제품을 메인으로 진행하는 브랜드이다. 현재 자사 압구정 스토어․웹스토어를 메인으로, 국내 편집숍 등에서는 소규모로만 입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아프바인의 대표상품인 라이더 재킷은 멋 좀 부린다는 젊은이들에게는 독보적인 존재로 추앙 받고 있다.
| ▲ 말론 브란도 © KoreaFashionNews | |
가장 원초적인 옷 레더 재킷
라이더 재킷으로 불리는 모터사이클 재킷(혹은 바이크 재킷)은 영국 근대 시대의 경찰 제복이었다. 이 재킷이 1900년대 초, 미국으로 넘어갔다. 합성섬유가 없던 당시, 레더는 가장 흔하고, 원초적인 소재였기 때문에 오토바이, 스키, 낚시, 사냥 등을 할 때도 입었던 일종의 액션 스포츠웨어였다. 이후 1953년, 당대의 청춘스타 말론 브란도가 <위험한 질주>에서 최초로 레더 라이더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영화 흥행과 함께 라이더 재킷은 체제에 대한 반항과 자유로운 젊은 정신을 상징하는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가죽 제품은 타 상품에 비해 고가 품목이다. 디아프바인의 주력 상품인 라이더 재킷은 50만원~14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김승래 대표는 “레더는 원시인들이 수렵한 짐승의 가죽과 털을 입던 것부터 시작된 인류의 가장 원초적인 감성”이라며 가죽에 대한 애착을 나타냈다.
| ▲ 김승래 대표가 외국에서 사 모은 가죽 관련 서적 © KoreaFashionNews | |
김 대표는 막대한 양의 1930~60년대의 레더 재킷을 사 모으고 연구하는 컬렉터이기도 하다. 또한 외국에서 가죽 전문 서적과 레더 재킷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며, 고증의 자료를 통해 레더 재킷 디자인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를 하고 있다,
한때 방향성이 흔들릴 뻔해
강한 신념이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김 대표도 방향성에 한계를 느끼고 사람들에게 쉽고, 편하게 어필할 수 있는 트렌디함에 흔들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3년 전 2시즌 흔들린 적이 있다. 당시 클래식한 룩킹/그런 브랜드가 유행이었고, 나도 그 시류에 흔들렸었는데, 결과적으로 정말 형편없었다”며, “마치 정신적으로 강간당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것을 유행시킨 이들은 나보다 훨씬 이탈리안 스타일에 전문적이고, 잘 아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내 것이 아니고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했다. 그 이후 ‘아~ 내나 그냥 잘 하자’라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앞으로 계속 라이더 재킷을 특화시킬 계획이다”고 말했다.
요즘 신진 디자이너 방향성에 깊이 없어
김 대표는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하려는 후배나 지인에게 “유니클로를 하던가, 네 색깔 있는 거 하던가”라고 조언한다. 이제 유니클로는 누구나 쉽게 들어가서 편하게 살 수 있는 생필품이 됐다. 김 대표는 “네 색깔이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라 어설프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옷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방향성의 색깔의 깊이가 없다. 때문에 쉽게 흔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토종 브랜드가 해외 SPA브랜드를 이길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토종 브랜드와 SPA브랜드에 비해 차별화된 부분이 없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SPA브랜드가 토종 브랜드를 잠식했다”고 입을 모은다.
| ▲ 김승래 대표(사진촬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뒷 모습만 촬영했다) © KoreaFashionNews | |
내꺼 할 꺼다
디아프바인은 극소수의 셀렉트샵 입점 이외에는 사업의 95%이상을 압구정 자사 스토어와/자사 온라인 스토어에서 소화해내며 자생력을 키웠다.
하지만 현재는 입점해 있는 편집샵에서도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대부분 우리 매장에 직접 와서 구매 한다”고 말하며, “디아프바인 스토어에서만 접할 수 있는 특유의 냄새와 컬러, 질감을 고객에게 경험시켜 주고 싶다. 더 나아가 우리 세일러들의 특유의 접객 말투나 표정, 고객과 인간 대 인간으로서 대화하며, 가죽 제품들을 직접 만져보며, 입어보고 구매를 하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생력이라면 지금쯤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법 하지만 김 대표는 “주변 지인을 보면 시작한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러시아니 미국이니 해외 수출을 한다고 한다. 어떻게 그렇게 잘하는 지 신기하다”고 말하며, “나의 경우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적어도 나라 망신은 안 시킬 각오와 준비가 될 때 나가는 게 옳다고 생각 한다. 현재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취재진이 강남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디아프바인을 방문했을 때 ‘이 비싼 동네에 이렇게 근사하게 매장을 낼 수 있는 능력이라면, 분명히 돈 많은 집안의 재벌 2세가 운영하는 게 아닐까’라소 생각 했다. 하지만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20대부터 가장 역할을 하며, 지금껏 이 모든 것을 혼자의 힘으로 이뤄낸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간이다.
그는 세상의 주류로부터 지금껏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반항아로 살아왔다. 그가 라이더 재킷을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제대로 투영할 수 있는 하나의 매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박창민 기자 tinnews@t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