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이학림의 칼럼 15th. Seoul Fashion week 혹은 Seoul Fad week

KoreaFashionNews | 입력 : 2015/01/16 [14:57]

얼마 전, 한 디자이너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디자이너들의 대화는 늘 현실적인 “괴로운”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래도 우리 꼭 잘 해 보자!”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로 끝나곤 한다.


그 날의 이야기도, 또다시 서울 패션위크 무대에 서게 된 그 친구를 응원하는 것으로 아름답게(?) 마무리 하긴 했지만, 그 중간에 나왔던 이야기들은 한번쯤 “서울 패션위크”의 방향성에 대해서 생각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번 2015 S/S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게 될 디자이너들의 명단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늘 비슷한 라인업의 서울패션위크 명단보다 늘 관심이 가는 것은, 신인들의 무대인 제너레이션 넥스트(이하 GN)이다.


서울시에서 무대와 모델 등 런웨이에 필요한 여러가지를 지원해 주기 때문에, 늘 새로 등장하는 브랜드들의 경쟁이 치열하고, 그렇다보니 여러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는 1년에서 5년차의 디자이너들만이 참가할 수 있으며, 그나마도 한 디자이너가 3번까지밖에 무대를 가질 수 없다.(그 이후로는 자동적으로 서울패션위크 참가 자격이 주어짐.)


그리고 서울패션위크에서 GN무대를 새로 도입한 이후로, 해가 갈수록 GN쪽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수주량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GN은 분명히 성공적인 시도였고 앞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GN 무대를 펼칠 소프트웨어들이다. 특히 이번 GN명단을 보고 있자면 의심이 가는 부분은, 일부 “사입업자”들의 명단이 올라와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디자이너 브랜드”와 “사입업자”는 엄연히 디자인 프로세스가 다르다.


“창작”을 전제로 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패션으로 풀어가는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사입업자”들은, 이미 만들어진 -대부분 동대문 도매시장을 통해서- 옷들을 구매해서 소매상으로 되파는 방식으로 이윤을 취하는 사람들이며, 최근에는 그런 방식으로 업체 규모를 넓힌 업자들이 디자이너들을 고용해서 스스로 “브랜드화”하고 있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마켓은 엄연히 “매스 마켓(Mass-market:저가시장)”이다. 서울패션위크와 이들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 패션위크는 공공연히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의미로 “세계 5대 패션위크”와 “아시아 최고의 패션위크”를 모토로 내세웠고, 그 의미는 두말할 것 없이 격조와 가치를 가진 “하이엔드(High-end)” 패션위크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서울패션위크에서 저가시장을 공략하던 브랜드들을 들여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로우엔드 마켓을 무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단지 두 시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엄연히 “다른” 구조를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저가 브랜드인 “유니클로”나 “아메리칸 이글”이 뉴욕 패션위크에 모습을 드러낼 일은 없다. 왜냐하면 뉴욕 패션위크에 찾아드는 바이어들은 유니클로나 아메리칸 이글을 구매하는 바이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브렌드&버터”같은 유명 트레이드쇼에, 샤넬이나 구찌 같은 브랜드들이 들어올 일도 없다. 마찬가지로 행사를 찾는 바이어들은 샤넬과 구찌를 구매하려는 바이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패션위크에서 어떤 브랜드를 선정하고 어떤 디자이너들이 쇼를 펼치는가는 궁극적으로 “서울패션위크”라는 행사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려되는 점은 이번 GN명단에 오른 디자이너들이 수주를 얼마나 받느냐가 아니고, 들어오는 바이어들의 성향이 이도 저도 아닌 엉성한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것들이 그러하듯- 모습으로 변해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세계 4대 패션위크라고 불리우는 파리-밀라노-뉴욕-런던은 그 정체성이 매우 명확하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느낌의 파리 패션위크, 실용적이면서 본연의 우아함을 잃지 않는 밀라노 패션위크, 실용적이고 웨어러블한 감성의 뉴욕 패션위크, 실험적이고 독특한 분위기의 런던 패션위크. 모두 다른 디자이너들이 펼치는 무대이지만 각자의 패션위크들은 분명한 하나의 뿌리 아래 진행되고 있고, 그 틀은 아마도 바뀌지 않고 오히려 단단해지고 있고 계승되고 있다.

비단 4대 컬렉션 뿐 아니라, 그 바로 뒤를 잇는 세계적인 패션위크들은 대부분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런던보다도 오히려 실험적이고 너무도 일본스러운 도쿄 패션위크, 상 파울로나 바르셀로나등의 패션위크들도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정체성들은 결론적으로 “어떤 옷을 구매하러 어디를 가야 되겠다”라는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


그런 면에서 서울 패션위크는 아직 초보단계이고, 틀이 잡혀있지 않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이 더 중요한 때일 수도 있다.


단순히 “잘 팔 수 있는”브랜드를 섭렵해서 무대에 세우거나 그저 화제거리가 될만한 브랜드들을 내세우기보다는, 좀 더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할 시점이지 않을까.

패션업계에서는 “Fashion”과 “Fad”를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오랜시간동안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어떤 스타일을 “패션”이라 부르고, 아주 일시적인 유행들을 “패드”라 부른다.


그리고 이 두 단어는 정확하게 “하이엔드”와 “로우엔드”를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서울패션위크가 전 세계의 보따리장사들로 북적이는 “서울패드위크”가 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 20CFBB CHIEF DESIGNER 이학림 © KoreaFashio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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